윤종신 "1인 방송 목표는 곡탄생…BTS 부담갖지 말아요"

12.20 09:01
유튜브 채널서 '탈곡기' 방송…"에드시런 등 팝스타도 타깃, 거절확률 99%"





"1인 방송은 일종의 직거래…창작자는 끊임없이 시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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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무조건 뷔로 시작해야 해."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49)이 '월드 클래스' 방탄소년단을 위한 곡을 만든다. 그는 '방알못'(방탄소년단을 알지 못하는 사람)임을 밝히고 스터디를 한 뒤, 이들의 성장점이 된 곡들과 멤버별 목소리 톤을 분석한다. 이어 원하는 리듬을 찾고 자칭 '아미'인 작곡가 퍼센트가 만든 기타 리프 위에 멜로디 라인을 수차례 흥얼거린다.






재미있는 점은, 방탄소년단이나 소속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 보통 작곡가는 가수의 의뢰를 받아 작업한다는 점에서 다소 엉뚱하다. '발라드 장인'이 힙합, EDM, 레게 등 트렌디한 장르를 섞는 방탄소년단의 곡을 만든다는 것도 잘 매칭되지 않는다. 






그는 이 과정을 유튜브 채널 '월간 윤종신'에서 1인 방송으로 보여주고 있다. 방송 제목은 '탈곡(曲)기'. 곡식 껍질을 벗기는 농기계 탈곡기는 요즘 세대엔 친숙하지도 않다. 낟알을 떨어내듯 '곡을 탈탈탈탈 턴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저도 방송에서 '구독',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하게 되더라"고 웃었다. 그는 이 공간에서 1인 방송을 하고 있다.






'탈곡기'를 통해 본격 '유튜버'가 된 윤종신은 방탄소년단을 시작으로 본인이 '픽'한 가수에게 줄 곡을 '무턱대고' 작업한다. 그 대상은 에드 시런, 샘 스미스, 비욘세 등 "평생 만날 일 없을 듯한" 세계적인 팝스타까지 제한이 없다. 팝스타의 경우 완성곡을 전달하고 거절당하는 과정까지 가감 없이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달 2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5편까지 공개되자 '월간 윤종신' 채널 구독자 수는 약 5만명이 늘어 13만 명을 돌파했다. 번역 플랫폼을 통해 외국어 자막으로도 볼 수 있어 글로벌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의 응원 댓글이 쏟아진다.






29년 차 가수인 그의 도전은 지난 8년간 매월 신곡을 낸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만큼 참신하다. 베테랑 프로듀서에, 방송가를 누비는 예능 MC로 입담까지 갖췄으니 제격이다. 






그는 "'탈곡기'는 프로듀싱과 작법 프로그램"이라며 "제 곡을 받아야 한다고 누군가에게 부담 주는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가 언제 방탄소년단, 에드 시런 곡을 만들어 보겠어요. 어떤 가수를 두고 곡이 하나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죠. 곡 탄생이 1인 방송의 목표입니다."






다음은 윤종신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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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방송을 시작한 이유는. 






▲ 방송은 불특정 다수에게 모든 걸 맞춰야 한다. 난 그 기획의 플레이어로 나간다. 그러나 1인 방송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이 내게 특화한 걸 한다. 내가 꾸린 콘텐츠에 맞는 사람이 '구독'과 '좋아요'를 결정해 누른다. 최대한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과 1대 1로 만나니 일종의 직거래다. '월간 윤종신' 채널 구독자 수가 13만 명이지만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다. 어느 날 관심이 없으면 구독을 취소하면 된다. 심의에서 자유로운 점도 한몫 한다.






-- 무작정 가수에게 줄 곡을 만든다는 아이디어 배경은.






▲ 특정 가수를 두고 프로듀서가 작업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해당 가수가 꼭 부르도록 하겠다가 아니라 90% 이상 '리젝트'(거절)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곡을 만든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창작자들에게서 곡이 나오는 과정이 사실 논리정연하지 않다. 어느 순간 '딱' 하고 나온다. 저는 미디 프로그램을 다루는 오퍼레이터, 연주자도 필요해 '윤종신 날로 먹네' 할 수도 있다. 하하. 대신 그 순간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공상과 상상을 한다. 난 어떤 싱어를 보면 뭔가를 떠올린다. 일례로 '거리에서'는 일본 가수 나카시마 미카를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그에게 컨택할 길이 없었다. 양파가 어렵다고 안 부르고 결국 성시경이 가져갔다. 가수에게 접근하는 작업이 재미있는데, 평소 나만의 잡다한 상상을 방송에 옮겨 놓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 머릿속을 보여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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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프로젝트 주인공이 방탄소년단인 이유는. 






▲ 의도적인 캐스팅인 걸 인정한다. 로컬이란 점을 빼면 세계적인 아이콘 아닌가. 한글 가사를 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그런데 한국 가수이다 보니 미안한 측면이 있다. 에드 시런, 비욘세, 브루노 마스라면 나 혼자 작업하고 마는데, 팬들이 보기엔 좋아하는 오빠의 선배란 점이 신경 쓰일 것 같아 조심스럽다. 중요한 점은 '방탄소년단을 위해 작업했다'이지, 그들이 곡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꼭 말하고 싶다. 방시혁 프로듀서에게도 전화 한 통 안 했다. 해외 스타라면 어떻게든 전달하고자 노력할 텐데, 방탄소년단은 데모곡을 완성하는 과정까지 보여줄 계획이다. 로컬 뮤지션이어서 좀 더 배려하는 작업이어야 할 것 같다.






-- 방탄소년단을 위한 곡은 어떤 스타일인가.






▲ 맞춤형도 있겠지만, 지금 방탄소년단에게 어떤 곡이 필요할까를 생각해봤다. 지금껏 그들이 쓴 스타일을 내가 만들면 의미가 없고, 나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있을까다. 우리 또래 뮤지션이 방탄소년단과 엑소 노래를 평소 잘 몰라서 열심히 들어봤다. 뷔는 목소리 톤이 무척 좋고, 정국은 감성적인 음색, RM과 제이홉의 랩은 개성 있다. 현재 만든 한 곡에는 랩 파트를 넣었다. 통기타로 간단히 만들었는데 '괜찮을까'란 생각이 든다. 편곡도 해야 해 장르는 잘 모르겠다. 가사를 쓸 때 재미있을 것 같다. 그들보다 20년 더 음악하고 대중을 경험해본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얘기를 할까 생각 중이다. 그룹의 보컬들을 위한 발라드도 한 곡 더 써보려 한다. 






--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메시지란.






▲ TV 예능에선 내 속 얘기를 잘 안 한다. 1인 방송에선 노래에 얹힐 가사를 쓰면서 가치관, 사회 현상에 대한 생각 등 내 속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다. 방탄소년단 가사는 '이들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부터 시작할 것 같다. 내가 세계적인 스타는 안돼봐서 다 상상할 순 없다. 무대에 서고 끝나면 집이나 호텔로 가는 생활에서 느낄 여러 감정이 나도 궁금하다. 다만 내가 '버드맨'(Birdman)이란 노래에서 대중 앞에 서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담았듯이,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외로움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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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인 상상을 떠올리게 하는 해외 팝스타는 누가 있나. 






▲ 두 번째는 에드 시런이 될 것 같다. 또 빌리 조엘을 좋아하고 샘 스미스도 최근 내한 공연을 보고서 좋았다. 비욘세, 브루노 마스 등 너무 많다. 방송을 본 누리꾼들이 댓글에서 (북한) 모란봉악단을 얘기하더라. 하하. 퍼센트 등 소속 작곡가들도 등장하고, 해외 뮤지션들의 곡을 만들 때는 배순탁 작가와 얘기도 나눌 것이다. 내가 쓴 한글 가사를 영어로 바꿔줄 번역가도 필요하다.






-- 재미있게도 세계 시장 문을 두드리는 셈인데, 그들에겐 어떤 방식으로 곡을 전달하나. 






▲ 완벽한 데모가 만들어지면 내한할 때 찾아가거나, 오피셜 이메일로 보내거나, 음반유통사에 전화하는 방식 등이다. 일본 뮤지션이면 국내 관련 기획사의 도움도 얻을 생각이다. 음반유통사에 전화할 땐 방송에서 수화기음도 물린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보이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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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작곡가들이 거절당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기란 쉽지 않은데.






▲ 자신감은 아니다. 거절확률이 99%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작곡가는 리젝트 당하는 인생이다. 그걸 통과한 것이 세상에 나가 반응을 얻는다. 내 곡이 언제든 오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거절당하면 프로젝트 실패라고 알릴 것이다. 물론 저도 거절당하면 상처받지만 대신 빨리 잊는다. 요즘 같이 다양한 세상에서 커리어 관리에 신경 쓰기보다 아니면 말고 정신으로 트라이 해야 한다. 또래 창작자 중 제 나이에 벌써 커리어 관리에 들어간 사람이 많다. 잃지만 얻는 게 있고, 언젠가 잃을 것이니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 죽을 때까지 커리어 관리를 안 할 것 같다. 창작자는 끝까지 떠올리고 끝까지 트라이 해야 한다.






-- 실패한 곡들은 어떻게 하나. 






▲ 어떻게든 소화할 생각이다. 내가 부르거나 소속사 가수들, 아니면 고맙게 받을 사람을 찾을 것이다. 






-- '월간 윤종신'도 매월 내고, 방송 일정도 빠듯한데 가능한 작업인가.






▲ 작곡가들이 보통 1년에 12곡을 더 쓰니 가능하다. 곡 만들고 가사 쓰고 데모곡 녹음하고 전달하는 과정 등 가수당 10분 안팎의 8~10개 클립 정도로 만들 예정이다. 작업실에 앉아서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평소 내가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셀프로 찍는다. (얼굴에 피로감이 보여 힘들진 않으냐고 묻자) 내가 제일 재미있어하는 걸 하니 힘들진 않다. 플레이어보다는 조금 더 크리에이터나 기획 쪽으로 가고 싶다. 






출처 : theq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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